[데스크 칼럼] 강남보다 무서운 노도강의 상승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서울 집값을 볼 때 사람들은 습관처럼 강남부터 본다. 압구정에서 신고가가 나왔는지, 반포의 국민평형이 얼마를 찍었는지가 서울 부동산 시장의 체온계처럼 쓰인다. 강남이 뛰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하고, 잠잠하면 한숨 돌렸다고 한다.
요즘 시장은 그 익숙한 공식과 조금 다르게 움직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9% 올랐다. 전주 0.22%보다 상승 폭도 커졌다. 반면 강남구(-0.11%)와 서초구(-0.05%)는 3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권이 약세를 보이는 사이 다른 지역이 서울 전체 상승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강남이 내린다고 집값이 잡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강남의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집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노원이나 강북의 7억~8억원짜리 아파트는 많은 무주택자에게 완전히 먼 시장은 아니다. 몇 년 더 모으고 대출을 받으면 한번쯤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가격대다. 그런데 그런 집이 1억원, 2억원씩 뛰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7억원짜리 집이 8억원이 되고, 8억원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집이 10억원을 넘으면 월급을 모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집값 1억원은 숫자로는 같아도 누구에게나 같은 무게가 아니다.
실제 거래에서도 이런 모습은 나타난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6월 8억8500만원에서 최근 11억원으로 올랐다. 14개월 만에 2억1500만원, 24% 넘게 뛴 것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강남이 너무 비싸면 마포와 성동을 보고, 그곳도 부담스러우면 노원과 강북을 본다. 거기마저 오르면 도봉이나 중랑, 서울 밖 수도권으로 눈을 돌린다.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도 이 대목이다. 강남의 초고가 아파트 몇 채가 신고가를 기록하면 뉴스는 크게 된다. 그러나 그 시장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대로 서울의 중저가 아파트가 줄줄이 오르면 훨씬 많은 사람의 주거 계획이 흔들린다.
전세를 살면서 매수를 준비하던 사람은 다시 전세에 남을 수밖에 없다. 전셋값까지 오르면 더 작은 집이나 더 먼 곳으로 옮겨야 한다. 아이 학교와 출퇴근을 고려해 어렵게 정한 동네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집값 상승이 일부 자산가의 자산가격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가구의 생활 문제가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도 강남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강남 집값이 몇 주 하락했다고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 사이 상승세가 중저가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다면 오히려 더 많은 실수요자가 영향을 받는다.
요즘 부동산 기사에는 20억원, 30억원, 50억원짜리 거래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 숫자를 보다 보면 감각도 무뎌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다.
30억원짜리 집이 얼마에 거래됐느냐가 아니다. 6억원이면 살 수 있었던 집이 7억원이 되고, 8억원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집이 10억원을 넘는 숫자다.
강남이 내렸다고 안심할 때는 아니다. 서울 집값의 상승세가 정말 꺾이고 있는지, 아니면 사람들이 그나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지역으로 번지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지금 시장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강남의 하락률보다 중저가 아파트의 상승률이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chae@viva100.com